사방댐 설계 검토서를 받아 들면 거의 매번 똑같은 고민이 생긴다. 표준설계도집에 나온 중력식 콘크리트 댐을 그대로 쓸지, 아니면 슬릿형으로 바꿔 상류 퇴적토사와 유목을 흘려보낼지부터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주처에서는 “전에 하던 대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현장 조사를 나가 보면 계류 상류의 거석 분포나 유역 폭이 설계 당시 가정과 다른 경우도 흔하다. 결국 형식 선정은 감이 아니라 숫자로 뒷받침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의외로 현장에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경우를 자주 본다.
불투과형과 투과형, 구조가 다르면 거동도 다르다
불투과형 사방댐은 벽체가 막혀 있어 토사와 물을 한꺼번에 가둔다. 돌쌓기나 콘크리트 중력식이 대표적이고, 완공 직후부터 상류에 퇴적이 시작돼 몇 년 지나면 댐 상류가 평탄한 퇴적지로 바뀌는 걸 볼 수 있다. 계류 경사를 완화하고 침식을 억제하는 데는 확실하지만, 퇴사가 다 차고 나면 추가로 잡아줄 저류 용량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투과형, 그러니까 슬릿형이나 버트리스형은 벽체에 틈을 둬서 평상시 유량과 작은 입자는 통과시키고 호우 시 토석류에 섞인 큰 돌과 유목만 걸러낸다. 국립산림과학원과 관련 연구에서 충북 지역 계류에 슬릿형과 개비온형(불투과형 계열)을 나란히 설치해 2016년 호우 때 실측한 사례를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슬릿형은 중앙입경(d50) 약 21mm, 자갈 비율 약 70%의 굵은 입자를 주로 포착했고, 그보다 작은 입자는 하류로 흘려보냈다. 반면 개비온형은 d50이 1mm 수준으로 모래 위주로 걸러졌는데, 이는 큰 입자가 상류 슬릿댐에서 이미 걸러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투과형은 입경에 따라 선택적으로 포착한다는 게 실측으로 확인된 셈이다.
슬릿 폭, 감으로 정하면 안 된다
슬릿형을 쓰기로 했다면 다음 문제는 틈 너비다. 산림청(2005) 기준으로는 슬릿 폭을 상류 거석 입경 d95의 1.5배 이하로, 유목 유입이 예상되면 입목 높이의 1/3~1/2 이하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실제 현장 조사에서는 d95보다 최대입경(dmax) 기준이 더 보수적으로 맞았다는 결과도 있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는 상류 최대 거석 입경이 약 17.5cm였고 실제 시공된 슬릿 폭이 약 28cm였는데, 이 비율(w/dmax ≈ 1.6)에서 큰 돌을 효과적으로 걸러낸 것으로 분석됐다. 슬릿 폭 합을 유역 폭으로 나눈 값(Σw/B)은 0.2~0.6 범위에서 유량과 유속, 밀도 저감 효과가 크다고 보고되므로, 설계 단계에서 이 비율도 함께 확인하는 게 좋다. 설치 각도도 변수인데, 벽체를 유수 방향과 60도 이하로 눕혀 배치해야 포착률이 올라간다는 선행 연구 결과가 있다.
현장에서 자주 겪는 시행착오는 상류 거석 입경 조사를 생략하고 표준 슬릿 폭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다. 늦가을 갈수기에 조사를 나가면 계류 바닥이 말라 있어 입경 파악이 쉬운 편인데, 이때 줄자나 캘리퍼스로 몇 개 지점만 대충 재고 끝내는 경우가 있다. 최소 교란구간 몇 곳을 정해 입경 분포를 뽑아야 d95든 dmax든 근거가 생긴다.
유지관리까지 따져야 형식이 정해진다
설치 이후 관리 부담도 형식 선정의 핵심 변수다. 슬릿형은 평상시 유량과 미세토사를 통과시키는 구조라 상류 퇴적이 느리게 진행되고, 큰 규모 토석류가 지나간 뒤에만 집중적으로 점검하면 되는 편이다. 반대로 불투과형, 특히 개비온형은 정기 점검과 더불어 토석류가 예상될 때마다 추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에서도 지적된 부분이다. 상류에 토사가 과도하게 쌓이면 댐체에 하중이 실려 안정성이 떨어지고, 다음 호우 때 월류로 이어지기 쉽다.
기초부 세굴과 양안 사면 붕괴도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현장 모니터링에서 기초 세굴과 사면 붕괴가 함께 관찰된 사례가 보고된 만큼, 설계 시 상하류 지반을 전석이나 사석, 콘크리트로 보강하는 방안을 같이 검토해야 한다. 특히 경사가 급한 계류에서는 준설 장비가 접근할 진입로 확보 여부도 미리 확인해 두는 게 낫다. 굴삭기가 들어갈 폭이 안 나오는 계곡에 슬릿형을 설치해 놓고 몇 년 뒤 준설할 때 애를 먹는 경우를 실제로 봤다.
설계 전 확인해 둘 것들
현장에서 형식을 정하기 전에 짚어 두면 나중에 설계 변경을 줄일 수 있는 항목들이다.
상류 유역의 거석 입경 분포(d50, d95, dmax)와 유목 발생 가능성, 계류 폭 대비 예상 슬릿 폭 비율(Σw/B), 벽체 설치 각도, 하류 보호 대상(민가·농경지·도로) 유무와 피해 예상 범위, 준설 장비 진입로와 운반로 확보 여부, 기초 세굴 및 양안 사면 안정성 검토, 과거 토석류 발생 이력과 퇴적 패턴. 이 항목들을 체크리스트처럼 하나씩 짚어 가면서 형식을 정하면, 나중에 시공 단계에서 설계 변경 협의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줄어든다.
사방댐 형식 선정은 결국 표준도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그 계류의 토사 거동을 읽는 문제에 가깝다. 상류 입경과 유역 특성을 실측하지 않고 넘어가면 슬릿 폭이든 댐 형식이든 근거 없는 숫자가 되기 쉽고, 반대로 몇 가지 기준만 제대로 짚어도 유지관리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특히 슬릿형을 적용할 때는 입경 조사와 준설 접근성, 두 가지만큼은 설계 초기에 반드시 확인해 두는 편이 나중 수고를 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