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어 산불 피해지 모니터링 의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부딫히는 문제가 구름이다. 산불 직후 한반도는 대개 건조하지만, 복구 과정을 추적하려고 봄·여름 영상을 받으려 하면 센티넬-2든 다목적실용위성이든 구름 없는 날을 잡기가 쉽지 않다. 장마철 한 달 내내 쓸만한 광학영상을 한 장도 못 건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글이 반가울 것이다. 레이더, 즉 SAR(Synthetic Aperture Radar) 위성영상이 산림 바이오매스 추정에서 왜 다시 주목받는지 정리해본다.
광학영상만으로는 어디서 막히는가
광학 센서는 태양광이 반사되는 양을 찍는다. 그래서 구름이 끼면 그날은 그냥 결측이다. NDVI나 엽면적지수 기반 지표는 울창한 활엽수림이나 침엽수 성숙림에서 일찍 포화되는 문제도 있다. 임관이 어느 정도 이상 닫히면 지표값이 더 올라가지 않아서, 생장이 왕성한 중령림과 거의 다 자란 노령림을 구분하기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거기에 광학영상은 기본적으로 임관 윗면만 찍는 2차원 정보라, 수직 구조나 줄기·가지의 목재량을 직접 가늠하기 어렵다.
파장이 길어질수록 더 깊이 본다
SAR는 능동형 센서라 구름을 뚫고 밤낮 상관없이 영상을 얻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파장(band)에 따라 나무의 어느 부분과 주로 상호작용하는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C-band
센티넬-1이 쓰는 C-band(파장 약 5.6cm)는 잔가지와 잎 표면에서 대부분 반사된다. 그래서 임관이 조금만 울창해져도 신호가 금방 포화돼, 바이오매스가 낮은 유령림이나 조림 초기 단계를 구분하는 데는 쓸만해도 성숙림 단계로 가면 변별력이 떨어진다.
L-band
ALOS-2 PALSAR-2나 최근 가동을 시작한 NISAR가 쓰는 L-band(약 24cm)는 조금 더 굵은 가지와 줄기 하단까지 파고든다. 그만큼 더 높은 바이오매스 구간까지 신호가 살아있어서, 중령림 이상의 축적량을 가늠하는 데 C-band보다 유리하다.
P-band
2025년 4월 베가-C 로켓으로 올라간 유럽우주국(ESA)의 바이오매스(Biomass) 위성은 P-band(약 70cm)를 쓰는 최초의 민간 지구관측 위성이다. 이 파장은 줄기 본체까지 꿰뚫어 봐서, 열대 우림처럼 바이오매스가 극단적으로 많은 지역의 탄소량 추정을 목표로 설계됐다.
국내 실무에서 어떻게 들여다볼 수 있나
당장 국내 산림 현업에서 쓸 수 있는 건 JAXA가 PALSAR-2 자료로 매년 갱신해 공개하는 전지구 산림/비산림 지도다. 구글어스엔진(Google Earth Engine)에 올라가 있어서 QGIS 플러그인이나 파이썬 스크립트로 바로 불러다 쓸 수 있고, 벌채나 산림 전용 여부를 광학영상과 교차 확인하는 보조 자료로 꽤 유용하다. NISAR는 2025년 7월 발사돼 같은 해 11월 정상 운영에 들어갔는데, 자료 공개 범위가 넓어지면 국내에서도 L-band 시계열을 활용한 생장량·교란 탐지 연구가 더 늘어날 걸로 보인다.
현장에서 걸리는 지점들
막상 SAR 영상을 받아서 돌려보면 처음엔 결과가 이상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경사가 급한 남향 사면에서는 레이더 그림자(shadow)와 레이오버(layover) 왜곡이 심해서, 지형보정을 안 하면 같은 임상인데도 사면 방향에 따라 후방산란값이 크게 달라진다. SNAP이나 ESA의 지형보정 모듈로 DEM 기반 보정을 먼저 거쳐야 뒤가 편하다.
편광 조합도 신경 쓸 부분이다. HH만 쓰면 지표면 영향을 많이 받고, HV(교차편광)가 임관의 부피 산란 정보를 더 잘 담아서 바이오매스 추정에는 보통 HV나 HH/HV 비율을 같이 본다. 단일 시기 영상 한 장으로 승부 보려 하지 말고, 같은 지역의 여러 시기 영상을 쌓아 평균을 내면 토양 수분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잎 때문에 생기는 잡음(speckle)이 꽤 줄어든다. 그리고 결국 위성 모델만으로는 검증이 안 되니, 표준지 조사나 드론 라이다로 뽑은 현장 바이오매스 자료를 최소한 몇 곳이라도 확보해 회귀모델을 보정하는 과정은 생략하기 어렵다.
정리
SAR가 광학영상을 완전히 대체하진 않는다. 다만 구름 때문에 몇 달씩 자료가 끊기는 지역, 혹은 임관이 두꺼워 광학지표가 진작 포화된 성숙림을 다룰 때는 분명히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C-band로 변화 탐지하다가 축적량이 많아지는 시점부터는 L-band나 공개된 PALSAR 기반 산림지도를 섞어 쓰는 식으로, 파장별 특성을 이해하고 조합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