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예찰 현장에 나가보면 매번 같은 딜레마에 부딪힌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는 잎이 붉게 변한 뒤에야 육안으로 구분이 되는데, 그 시점이면 이미 감염된 지 꽤 지난 뒤라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다른 나무로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방제 담당자 입장에서는 “왜 더 일찍 못 찾았느냐”는 질문을 늘 듣지만, 정작 초기 감염목은 겉보기에 멀쩡한 초록 소나무와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 시간차를 좁혀보려고 최근 몇 년 사이 드론 다중분광 영상과 AI 판독을 결합한 예찰 방식이 여러 지자체와 기관에서 시도되고 있다.
감염목이 눈에 보이기까지 걸리는 시간
재선충은 매개충의 후식(보식) 상처를 통해 나무 안으로 들어가 가도관을 막아버린다. 수분 이동이 끊기면서 나무는 서서히 말라 죽는데, 이 과정에서 잎의 색이 눈에 띄게 변하는 시점은 감염 시점보다 한참 늦다. 보통 그해 여름을 거치며 내부적으로 수분 스트레스가 누적되다가,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잎끝부터 갈변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근적외선 영역의 반사율 저하가 가시광선상의 색 변화보다 먼저 나타난다는 점이다. 잎 내부 조직이 손상되면서 클로로필 함량과 수분 함량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사람 눈이나 일반 RGB 카메라로는 아직 정상목과 구분이 안 되는 단계에서도 근적외선 밴드의 반사값은 이미 미세하게 낮아지고 있다. 다중분광 센서로 이 구간을 잡아내려는 것이 지금 여러 연구와 실증사업이 노리는 지점이다. 다만 이 시간차가 정확히 며칠, 몇 주 단위로 얼마나 되는지는 임분 조건과 감염 강도에 따라 편차가 커서, 특정 수치로 못박아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왜 여전히 육안예찰이 기본인가
그럼에도 현장 예찰의 근간은 아직 도보 예찰과 항공 예찰(유인헬기 육안 판독)이다. 산림청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확산우려구역과 반출금지구역을 지정해 정기적으로 인력을 투입하는데, 급경사지나 접근이 어려운 사유림에서는 실제로 사람이 걸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강원 동해·삼척·정선 지역에서는 2024년 가을 4만3,800㏊ 규모로 드론 정밀예찰을 병행해 공중과 지상 이중 확인 체계를 운영한 사례가 있는데, 이 정도 면적을 사람이 걸어서 훑는 것과 드론으로 정사영상을 뜬 뒤 판독하는 것은 소요 시간 자체가 다르다.
드론 다중분광 촬영, 실제로는 무엇을 챙겨야 하나
현장에서 많이 쓰는 조합은 DJI Matrice 계열 기체에 MicaSense류의 다중분광 센서를 얹어 정사영상을 뜨는 방식이다. 관건은 촬영 시기다. 매개충의 우화·이동 시기인 초여름에 찍으면 아직 식생지수 변화가 뚜렷하지 않아 오탐과 미탐이 동시에 늘어난다. 반대로 한겨울에 찍으면 이미 고사가 진행돼 육안으로도 쉽게 찾아지는 나무만 잡히니 조기탐지의 의미가 퇴색된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갈변이 막 시작되는 초가을, 대략 9월 중하순에서 10월 초 사이를 첫 번째 비행 창으로 잡고, 필요하면 한 달 간격으로 재비행해 시계열로 비교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지상기준점(GCP)은 능선부와 계곡부를 섞어 배치해야 경사가 급한 임분에서도 정사보정 오차가 덜 튄다. 비행 고도는 개체목 수관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므로 지나치게 높이 띄우면 해상도가 떨어져 판독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현장에서 자주 틀리는 지점
가장 흔한 실수는 촬영 시간대를 아무 때나 잡는 것이다. 오전 늦게나 오후에 촬영하면 산 사면 방향에 따라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그늘진 부분의 분광값이 왜곡되어 정상목이 감염목처럼 보이는 오탐이 늘어난다. 되도록 태양 고도가 높은 시간대에 촘촘히 비행 라인을 짜는 편이 낫다. 두 번째는 다른 원인으로 갈변한 나무와의 혼동이다. 가뭄 스트레스, 소나무허리노린재 등 다른 병해충, 심지어 인접한 활엽수의 단풍까지 다중분광 영상만으로는 헷갈리기 쉬워서, AI 모델을 쓰더라도 결과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표본 지점을 뽑아 현장 검증(그라운드트루스)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세 번째는 데이터만 쌓아두고 시계열 비교를 안 하는 경우다. 한 번 찍은 영상만으로는 원래 그런 색이었는지 최근에 변한 것인지 판단이 안 되므로, 최소 두 시기 이상의 영상을 겹쳐 변화 탐지를 해야 신뢰도가 올라간다.
AI 판독을 붙이면 달라지는 것들
최근에는 드론으로 찍은 정사영상에 딥러닝 기반 객체탐지·세그멘테이션 모델을 적용해 개체목 단위로 감염 의심목을 자동으로 골라내는 시도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임업진흥원이 인스페이스, 한국드론기술협회와 함께 드론 촬영 영상을 AI로 자동분석해 소나무 개체목의 갈변 정도를 학습·분류하는 시스템을 시범 도입한 사례가 있고, 학계에서도 U-Net이나 Mask R-CNN 계열 모델을 정사영상에 적용해 성능을 비교하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사람이 최종 판독을 확인하는 보조 도구 수준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학습 데이터가 특정 지역·수종·촬영 조건에 치우쳐 있으면 다른 임분에 그대로 적용했을 때 성능이 뚝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입 초기에는 지역별로 별도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게 안전하다.
실무 체크리스트
예찰용 드론 비행을 계획한다면 촬영 시기(갈변 초입인 초가을 우선, 필요시 월 단위 재촬영), 촬영 시간대(그림자 최소화를 위한 정오 전후), GCP 배치(능선·계곡 혼합), 해상도(개체목 수관 구분 가능한 비행 고도), 그리고 현장 검증 표본 확보 이 다섯 가지는 매번 점검 항목에 넣어두는 편이 좋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이자면, 확산우려구역 지정 현황과 인접 방제이력을 미리 확인해 우선 비행 구역을 정하는 것이다. 예산과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무작정 넓은 면적을 다 찍겠다고 나서면 정작 위험도가 높은 경계 지역의 재촬영 주기가 늘어지는 역효과가 난다.
결국 드론 다중분광 예찰이 육안예찰을 완전히 대체하는 기술은 아니다. 감염 초기의 미세한 분광 변화를 조금이라도 더 일찍 잡아내려는 보조 수단이고, 최종 확인과 방제 여부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다. 다만 접근이 어려운 급경사지나 광범위한 반출금지구역을 다룰 때는 이 조합이 없으면 예찰 자체가 현실적으로 벅찬 규모가 되어버린다는 점에서, 촬영 시기와 검증 절차만 제대로 잡아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율은 확실히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