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 설계도면을 받아 들면 제일 먼저 눈이 가는 게 배향곡선 위치다. 지형이 급해서 직선으로는 도저히 고도를 못 올리는 구간, 그러니까 지그재그로 꺾어야 하는 자리에 표시돼 있는 그 곡선 말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실제로 문제가 생기는 지점을 보면 반지름 수치 자체보다 그 앞뒤로 딸린 부속 기준을 놓쳤을 때가 훨씬 많다. 도면상 반지름 15m는 맞는데 폭을 안 넓혀놔서 카고트럭이 한 번에 못 돌고 후진을 몇 번씩 반복하는 식이다.
배향곡선, 왜 필요하고 반지름은 얼마여야 하나
임도의 설계 및 시설기준상 배향곡선 반지름은 간선임도 15m, 지선임도 10m로 정해져 있다. 일반 구간 최소곡선반지름(간선 60m, 지선 15m 이상)에 비하면 훨씬 작은 값인데, 애초에 배향곡선 자체가 급경사지에서 노선을 꺾어 고도를 극복하려고 넣는 구조물이라 완만한 곡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 사면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헤어핀 형태로 방향을 트는 구간이 나오는데, 이 반지름 기준은 그 최소한의 통행 가능선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이 반지름만 지키면 설계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실제로는 배향곡선 구간의 유효너비는 6m 이상 확보하도록 돼 있다. 일반 구간 유효너비가 간선 4m, 지선 3m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넓혀야 하는 셈이다. 곡선 안쪽 회전 반경이 좁다 보니 차량이 진입각을 크게 틀어야 하고, 그만큼 노면 폭을 안 늘리면 실제로는 통과가 안 된다.
확폭을 빠뜨리면 벌어지는 일
설계 단계에서는 확폭 구간을 표시해놓고도, 시공 단계에서 절토량을 줄이려고 슬쩍 폭을 줄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절토 물량이 곧 공사비니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런데 준공 후에 대형 벌목 장비나 원목 운반 차량이 들어가는 시점에 문제가 터진다. 카고트럭이 배향곡선부에서 한 번에 못 돌고 앞뒤로 두세 번 조향을 반복하면 그때마다 노면 가장자리가 밀리고, 특히 곡선 바깥쪽 노견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여기에 우기철 집중호우까지 겹치면 밀린 노면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노체 자체가 물러지는 경우도 생긴다.
굴삭기로 반출작업을 하는 임도라면 사정이 조금 낫긴 하지만, 배향곡선 안쪽 반지름이 좁으면 붐 회전 공간이 부족해서 작업 자체가 더뎌진다는 현장 얘기도 많이 들린다. 결국 설계도서에 명시된 확폭 폭을 그대로 시공에 반영하는 것이, 나중에 유지보수 비용을 아끼는 길이다.
종단기울기와 배수, 곡선부에서 같이 챙겨야 할 것들
배향곡선 구간은 종단기울기 관리도 까다롭다. 기준상 일반지형에서는 간선임도 7% 이하, 지선임도 9% 이하가 원칙이고 특수지형에서는 각각 10%, 14%까지 완화되는데, 배향곡선부는 차량이 저속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트는 구간이라 이 상한선에 가깝게 설계하면 실제 주행이 훨씬 불안정해진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배향곡선 전후 접속구간에서 종단기울기를 한 단계 낮춰 완화해주는 편이 안전하다.
배수도 곡선부에서 유독 골치 아프다. 횡단기울기가 미포장 기준 3~5%인데, 곡선 안쪽과 바깥쪽의 편경사가 뒤섞이는 지점이라 물길이 한쪽으로 몰리기 쉽다. 옆도랑을 곡선 진입 전에 미리 하나 더 내서 물을 끊어주지 않으면, 곡선 정점부에 물이 고였다가 노면을 파고드는 사례를 심심찮게 본다. 특히 절토사면이 암반이 아니라 토사질(기울기 1:0.9 적용 구간)인 곳은 이 물빠짐 문제가 사면 붕괴로 이어지기도 한다.
설계·시공 단계에서 짚어볼 점
배향곡선을 다룰 때 현장에서 실제로 확인하면 좋은 항목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곡선반지름이 간선 15m·지선 10m 기준을 만족하는지, 유효너비가 6m 이상으로 확폭 표시돼 있고 시공 도면에도 그대로 반영됐는지, 전후 접속구간 종단기울기를 완화했는지, 곡선 진입 전 옆도랑이나 횡단배수구를 추가했는지, 대형 반출차량의 실제 회전 궤적을 도면상에서 한 번이라도 그려봤는지 정도다. 마지막 항목은 특히 소규모 현장에서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데, 캐드에서 차량 회전반경 템플릿 하나 돌려보는 데 몇 분이면 되는 작업이라 아까울 이유가 없다.
지형이 워낙 급해서 배향곡선을 두세 개씩 연속으로 넣어야 하는 노선도 있다. 이런 구간은 개별 곡선 기준을 다 지켜도 곡선 사이 직선 구간이 너무 짧으면 운전자가 연속으로 급하게 꺾어야 해서 체감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 가능하면 곡선과 곡선 사이에 최소한의 완화 구간을 두는 방향으로 노선을 조정하는 게 좋고, 지형상 정 안 되면 대피소를 곡선 사이에 배치해서 속도를 한 번 끊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반지름 숫자 하나 지켰다고 배향곡선 설계가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현장에서 여러 번 확인했다. 확폭, 종단기울기 완화, 배수 처리까지 한 세트로 봐야 준공 이후에 노면이 버틴다.